- STORY
- 01스토리
얼마 전 한 지인의 하소연을 듣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녀가 부모와는 대화를 하지 않고, 학교와 학원에 다녀온 후에는 집에서 게임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에 다녀온 것만으로 이미 공부는 다한 것이라며, 엄마의 이야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아서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지인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상급 학교 선택, 학원에 대한 조언, 특정 과목에 대한 과외 지도 등 여러 가지 조언들을 듣고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저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사회학자 Coleman(1966)이 교육의 다양한 투입 요소 중 어떤 것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 보기위해 사용한 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A= f(S, P, I, F)
A: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academic achievement)
S: 학교와 관련된 변인들(school related variables)
P: 동료학생들의 특성 변인들(peer group characteristic variables)
I: 개인의 능력 변인들(individual intelligence variables)
F: 가족 배경 변인들(family background variables)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위의 4가지 변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 하에 연구를 진행한 것입니다. Coleman의 연구 보고서 결과에 의하면 4가지 변인들 중 가족배경과 관련된 변인들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자녀들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요소가 아래 <표>의 내용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다소 딱딱한 함수식과 연구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위의 4가지 투입 변인들 외에 학원, 과외라는 별도 사교육 변인을 추가로 분석해야 타당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학생 개인의 능력도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변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4가지 투입 변인들 중 학교 관련 변인, 동료학생들의 특성 변인은 부모님들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변인들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 변인들도 유전에 의한 것을 제외하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것들(예: 학습동기 자극, 긍정적인 대화, 자녀들의 의견 수용 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 배경 변인들도 단기간에 변경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표. 교육의 투입요소]
킹핀(kingpin)은 볼링에서 세 번째 줄 가운데 있는 5번 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10개의 핀을 한 번에 모두 넘어뜨리는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서는 헤드핀(headpin), 즉 1번 핀이 아닌 1번 핀과 3번 핀 사이에 있는 5번 핀(kingpin)을 맞춰야 다른 핀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게 됩니다. 킹핀을 쓰러뜨려야 주변 공에 가장 큰 연계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목표, 또는 문제의 핵심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그림. 킹핀(Kingpin)]
자녀 교육 문제는 만능의 해결책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녀들마다 각자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학부모님들을 만나본 결과,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다 나름의 문제와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녀 교육에서 문제가 크다고 판단될 때, 문제 해결 대안 중 가장 중요한 킹핀을 찾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학을 하거나, 학원을 보내거나, 특정 과목 과외를 시키는 등의 처방은 킹핀이 아닌 다른 핀을 공략하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공략을 하더라도 하나의 핀도 맞히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위의 지인에게 조언한 킹핀은 ‘어려움에 처한 자녀를 아픈 환자’로 바라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관점을 바꾸어 문제 원인을 찾아보고 문제를 치유하는 방법을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자녀의 육체는 건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깊은 상처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조언이 더 깊은 상처를 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언하고, 설득하고, 야단치고, 학원 보내고, 과외 보내는 것들은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백일우, 교육경제학, 학지사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